To. 전쟁없는세상
이런이런. 제 매력에 발을 잘못들인 사람이 하나 늘었군요. 아차 싶었을땐 이미 늦은건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거니까 무석씨는 그저 허우적댈 수밖에 다른 길이 없네요. 당신이 무고한 개미라면 저는 모래를 뿌려대는 개미귀신이라서 미안합니다. 당신이 쇠똥이라면 그런 것쯤 맘껏 굴리는 쇠똥구리라서 면목 없습니다.
아아, 이토록 저주받은 옴므파탈의 숙명이라니! 다음 생에는, 신이시여, 부디 저의 미학을 모두 앗아가소서, 저에게서 거두어들인 아름다움을 다른 모든 하잘 것 없는 생에 골고루 분배하소서. 그리 하는 데 엿새가 걸릴 것이고 이레 째에 신은 다 이루었도다, 보기 좋도다, 웃으실 것이고 세상은 비로소 아름다움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신이시여, 아름다움을 저에게 몰빵하고 보기 좋도다, 웃으시는 신이시여, 저는 다음 생에서만큼은 신의 예술작품이지 않으렵니다!
신을 향한 기도성 절규는 여기까지 하기로 합니다.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버거운 짐이 된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구요. 이런 종류의 고통은 온전히 저의 몫이겠지요. 네? 이런 걸 고독이라고 한다구요? 고독. 하하. 고독이라… 저는 그런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다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고기압과 저기압의 관계, 액체의 기화와 기체의 액화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창밖을 보는 우두커니가 되어서요. 이런 것이 고독이라면, 글쎄, 제게 꼭 그런 수식을 붙여야 만족하시겠다면, 저는 그저 빗금을 긋는 비를 보며 말없이 웃을 수밖에요.
김승옥은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였지요.
저는 저의 버거운 아름다움과, 그래요, 당신이 말한 고독을 긍정하기로 합니다. 저는 아름다워서 고독한 남자, 고독조차 아름다운 그런 남자입니다. 나란 남자도 참…
음. 적당히 하고 끊었어야 되는데 쓰다보니 신나서(저는 저를 찬양할 때 제일 신나요) 너무 막 던졌네요.
무석씨 가석방이 11월 28일이라는 얘길 듣고 아직 한참 멀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불과 한 달 정도밖에 안남았더라구요. 시간이 참 빠르다, 빠르다 했는데,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빠르네요. 그래도 막상 나가기 직전에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간다던데, 만기병 걸리지 마시고 마무리 잘하세요. 저는 부럽지 않아요. 정말로요. 하나도 안부러워요. 부럽지 않습니다. 저의 심정은 부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단언컨데 부럽지 않다는 것이 저의 현재 상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기 이야기를 들으니 날맹과 햄이 떠오르네요. 추석때 날맹에게 가족계획을 물었더니 손사레를 쳤는데, 아마 제 의도를 눈치챈 듯 했어요. 날맹과 햄이 아기를 낳ㅎ으면 납치해서 제가 키우려했거든요. 아기가 말을 익히기 직전까지만 키우고 말을 하자마자 돌려주려 했어요. 아기가 언어를 휘두르게 되면 굉장히 귀찮아지니까요.(말못할 때가 좋았지) 암튼 그래서 이제 조은과 미선을 주시하고 있어요. 무석씨도 나중에 혹시 아이 낳게되면 제게 알려주세요. 아, 무석씨 아이는 안뺏을 거에요. 이미 다 아는데 어찌 뺐겠어요. 그냥 며칠만 빌려주세요. 아기가 예뻐서요. 아니 납치하려는게 아니구요. 잠까 제 말 좀…. 저기, 저기요? 아, 무석씨가 눈치채고 가버렸네요. 조카에게 영원한 B급 좌파, 김규항의 ‘고래가 그랬어’를 정기적으로 읽히며 ‘정규좌파과정’을 밟게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겸 님 소견서 잘 봤어요. 악플 많이 달렸다면서요? ㅋㅋㅋㅋ 1심 재판 날짜를 보니 저랑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겨울 두 번 나는 것 별로 안좋은데. 하지만 Let it go를 부른다면 그깟 추위따위. Let it go~ Let it go~ (다음 가사 뭐지)
들깨 독방! 오! 왠지 익진씨라는 후광에 힘입은 바가 큰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잘 됐네요. 익진씨 단식 중단 소식도 반갑구요. 얼른 건강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시와 3집!! 꺍!!!!! 푸른 파스텔 톤의 2집 자켓을 본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3집이 나오다니. 아 시와 듣고싶다. 시와 곡으로 문장도 만들겠네. ‘사실 난 아직’ ‘혼자 있기 싫은 날엔’ ‘기차를 타고’ ‘라라라’. 그러고보니 시와와 처음 말을 나눈게 전없세 사무실에서 였네요. 수줍수줍하며 패…팬이에요 했더니 시와가 엄청 어색하게 아 네… 했고 우린 즉시 등을 돌렸지요. 아, 그때 제가 선량한 미소를 지음으로써 그녀의 맘 속에 들어갔어야 하는 거였는데요. 그랬다면 3집에 제 얘기가 있을텐데요. 아님 혹시! 이번 앨범 Special thanks to 같은 곳에, “언젠가 스치듯 만난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가 사랑의 밀도를 정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는 지금 먼 곳에 가 있습니다. 내년에 그가 돌아오면 이 앨범을 선물하고 싶네요.”라고 적혀있진 않은가요? 어므나. 나 내년에 시와 3집을 시와에게 선물받는건가요!! 어뜩해 어뜩해 어뜩해!! 꺍!!!!
음…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다음에 시와를 만나면, 우리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얘기할거에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일거에요. 저기 근데.. 죄송한데 성함이…
P.S. 밥풀로 도배할 풀을 만든다니… 호랑이 맞담배피우던 시절 이야기 맞죠? 요즘은 그냥 도배풀 써요.
2014. 10. 21. 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