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길모입니다. 오랫만…. 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아직 그리 긴 시간이 지난거같진 않습니다만, 전쟁없는세상 앞으로 보내는 편지는 감옥에 들어온 이후 처음이네요. 네 달반에 인사를 드리는 거니 머, 오랜만까진 아니어도 간만입니다^^
항상 소식지는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감옥 안으로 날아오는 이런저런 소식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반갑고, 기대되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식은 전없세에서 날아오는 소식이네요.
개인적인 편지들은 꽤 많이 날렸었지만 전없세 전체로 쓴 편지는 이제야 보내게 됐습니다. 뭔가 진지한 고민을 담아서 함께 공유하고싶다….는 욕심 때문에 계속 미뤘었는데, 더 미뤄봐야 부담만 커질꺼 같아서 그냥 가볍게 안부만 묻는 편지를 쓰게 되는군요ㅋㅋㅋ 뭐, 다 그렇죠.
저는 여주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닐봉투 작업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중이지요. 서울에 있을때 재소자들 사이에서 여주 봉투공장에 대한 악명이 높았고, 구노회나 민가협 소식지 쪽에서도 안좋은 평이 많아서 걱정을 했었습니다. 직접 와서 지내보니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네요. 뭐, 다른 사람들이 말했던 부분들이 틀렸다고나 과장됐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고,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난방이 부실해서, 어떤 사람들은 작업강도가 세서 힘들어했는데 저는 다행이 큰 불편은 못느끼고 있다는. 그 대신 일이 빨리 끝나고 일끝나면 계속 자유시간이라는 점이 메리트로 다가와서, 그냥 여기 눌러앉기로 했습니다. 창고 정리쪽으로 일이 바뀌면 더 편해질듯. 어쨌든 저는 꾸준히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구치소 때보다 훨씬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좀 심심하기는 하네요.
음. 이번 232호 수감자우편물은 다른 때보다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용석의 결핍이야기를 보고 저는 술 담배의 결핍을 생각했습니다ㅋㅋㅋ 뭐, 이따금 술 생각, 담배 생각이 안나는건 아닌데 안하니깐 몸도 마음도 개운한건 사실이라는. 담배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끊을까 해요. 술과 담배가 제 몸에 큰 부담을 주고있었다는걸 몇년동안 전혀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여기와서 제 몸을 들여다보니 무서울 정도였다는. 네 달 가까이 된 요즘에서야 몸이 회복되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익진씨가 단식중단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네요. 서울에 있을때 멀리서 두번 정도 뵜는데, 안색이 안좋아보이셨다는. 추석 즈음에 계속 단식하신다는 소식을 들어서 걱정했었는데. 다른 분들도 다 잘 지내시는거 같아 다행이라는.
그리고… 겸의 병역거부 소견서 잘읽어봤습니다. 아, 저도 이렇게 써볼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감명깊게 읽었다는.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제 소견서는 좀…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분량과 내용을 조절했던 글이었고… 그만큼 영혼없는 글이기도 했지요. 겸의 소견서는 훨씬 솔직한 글이고. 무엇보다. 좋네요.
겸이 병역거부자가 된다.. 반가운 마음이 반, 착잡한 마음이 반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병역거부자가 되고, 감옥 안에서 그 상황을 본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일이군요. 최선을 다하고 들어오라…는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요. 감옥도 사람사는 곳이고 나름 지낼만 하다는 말은 무의미하지요. 그런 말은 체험의 실재성도, 결핍의 실재성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허한 말일 뿐이니. 일단 들어오기 전까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하고 왔으면 좋겠고, 들어온 이후의 상황들은 들어와서 걱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겸이 이 편지를 직접 볼지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직접 읽어볼 상황이 못된다면 이 부분은 꼭 전해주세요! ^^
마지막으로, 제일 부담스러운 순서가 왔네요. 이런가 하면 꼭 빼먹는 사람이 있어서… 본인이 빠져있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길!
경수… 는 전쟁없는세상 멤버가 아니니 패스!… 는 농담이고, 일 아직 정리못했죠? 이번에 용산미군기지 남아있겠다고 발표났던데 과연 정리할 수 있을지..ㅋㅋㅋ
길수! 나 들어오기 전엔 면회도 오고 서신도 보낼꺼라 하더니! 헐. 동현 후원회 맡은건 안까먹었죠?
나동은 이빨교정한건 많이 익숙해지셨는지? 취미 생활도 좋지만 살은 적당히 빼세요. 나동 나이에 무리한 다이어트는 골다공증의 원인이 됩니다ㅋㅋ
여옥은 요새 밥 잘 챙겨드시나요? 아직 식사안했으면 밥부터 먹고오시길! 삼각김밥 말고요!
오리… 제가 의정부로 갔다면 봤을까요? ㅎㅎㅎ 나 사실 오리한테 궁금한거 엄청 많다는! 그게 뭔지는 나중에 말해드리겠음^^
용석, 저도 가끔 혼자 가사 적어보고 흥얼거립니다. 다만 가사를 제대로 알고있는게 별로 없어서 최근엔 시나위의 서커스만 흥얼거리는 중.
조은은 신혼여행 잘 다녀왔나요ㅎㅎㅎ 제가 보낸 우루사는 좀 도움이 됐는자(음?ㅋㅋ)
지우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아픈 가을이 아니라 따뜻한 가을이 됐으면 한다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2014. 10. 26. 강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