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및 평화수감자 동지들에게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전쟁없는세상에 편지를 쓰는 마지막 날입니다. 이번주 금요일(28일) 저는 가석방으로 출소할 예정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확정소식을 들었네요. 동현씨와 길모씨가 여옥씨와 함께 접견을 왔던 날이 기억나네요. 두 분은 이제 수감자우편물로 이 편지를 받으시겠군요. 나가는게 기쁘지 않은건 아닌데, 남아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네요. 특히 징벌을 감수하며 이런저런 항의를 하는 분들이 마음에 밟힙니다.
개인적으론 다른 병역거부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함께 수감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건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여호와의증인 친구들이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연구하고 집회를 보는데 그게 참 부러울 때가 많았어요.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역시 인천구치소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사람 사이에 끼여자는 일이나, 조폭과 마주앉아 식사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외부와의 소통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차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구요.
나가면 여기서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겠죠. 정해진 시간에 밥먹고 매일 운동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에 매우 좋은 것임을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세상 따위를 만들게 되면 직장에서도 매일 적정 운동시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고싶을 정도입니다.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도 더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말이죠.
이제 1년 3개월만에 불이 꺼진 방에서 잘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쁜게 분명하네요. 다른 평화수감자들도 무사히 출소하게 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바깥에서 교도소 안에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기회를 갖도록 해요. 모두 건강하게 남은 기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4. 11. 24. (월)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