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분들께

 

교도소 창 너머로 그리운 얼굴을 맞댄지도 벌써 한 달입니다. 여옥씨가 한보따리 넣어주신 구매물은 감동과 부담(?) 속에 잘 얻어먹었습니다. 방 사람들과도 당연히 나눠먹었지요. 여덟 -처음에는 아홉-이나 되는 사람들과 24시간 지내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세 달을 함께하는동안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은근한 신뢰와 정이 조금은 방 한가운데 내려쌓였습니다.
많은 일을 겪었고 느낀 점도 있습니다. 억압과 소외의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공감과 애정, 연대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감사’라는 단어를 적어봅니다. 기고도 오랜만입니다. 꼬박꼬박 간행물을 챙기고 평화수감자의날에는 엽서도 많이 조직하느라 고생이셨을텐데 답례가 늦어 죄송합니다.
지난 단식 건으로 공무집행방해 고발장이 접수되었습니다. 검찰은 14일(수) 오후2시 원주지청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소환에 응하지 않고, 강제구인될 경우 묵비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기소나 약식명령 정식재판 청구로 법정에 설 것을 대비해 변호인 선임과 증인 확보가 필요하겠습니다. 가혹행위를 하고 저에게 사과까지 했음에도 해당 사안으로 형사 고발까지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성동구치소 건 인권위 진정 결과도 나왔습니다. 진정은 기각되었습니다. 다른 진정 결과로 항문검사 관련 단계를 세분화하도록 규약 개정 명령이 내려진 바 있고, 검방과 일기장 검사는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후속 대응이 필요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세금 송금을 중단했습니다. 아랍과 중동 민중 억압이 지속되며 샤를리 사건과 같은 테러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중동 민중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이만 줄입니다.

 

2015년 1월 10일(토) 작성, 12일(월) 발송
원주교도소에서 익진 드림

 

추신) 이번에 보내주신 두 권의 서적은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이감 이후 30권 도서보유 및 20권 영치제한규정을 들어 책 반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학습용, 잡지용 분류로 들어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