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잘지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요즘 들어서 안부인사하는게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소식들이 닫혀있는 환경인지라 본의아니게, 안녕하기 힘든 일들을 겪는 분들께 장난스러운 편지를 쓰게될 때가 있더군요… 아마 완전히 소통이 단절되었더라면 그마저도 출소후에나 알게됐겠지요.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을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감옥이란 이 장소의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건 아니지만, 그리고 바깥의 사람들을 일일이 염려해봐야 번민만 커진다는건 알지만 씁쓸하네요. 나동님은 재활 잘하셨으면 하고, 길수님 아버지도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힘든 일을 겪고있는 분이 있다면, 아무쪼록 기운내시기를 바랍니다.
며칠전 여옥씨의 프롤로그 – 수감자우편물에 실린- 의 병역거부토론회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병역기피자의 신상공개문제라… 뭐, 솔직히 제 개인이야 소급적용을 시킨다고 해도 별 상관은 안할거 같아요. 병역기피자라는 낙인을 찍어준다고 해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일도 없고… 그러나 화가 나지요. 발상 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에 화가 납니다. 그리고… 이런 부당한 발상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마련에 함께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안타깝게도 나가야 가능한 일이고, 나가려면 아직 1년 -만기를 기준으로 본다면-은 남았으니ㅋㅋ 그냥 마음은 그렇다는 말이라는… 후훗.
아, 1년이 남았다고 했는데, 정말로 오늘로 1년 남았습니다. 이제 딱 6개월이 지났네요. 벌써 반년이라 해야할지, 이제야 반년이라 해야할지 긴가민가 합니다만… 한가지 분기를 넘은 것만은 확실한 듯. 생각했던 것보다는 정말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욕심은 생깁니다. 이 안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익히고 싶다는 욕심. 감옥을 징벌로 생각하든, 요양으로 생각하든, 고시원으로 생각하든간에 그건 제 자유인거고ㅋㅋ 평소-라고하기엔 다소 긴 시간들-에 미뤄왔던 힘들고 귀찮은 일들, 습관들을 익힐 기회로 생각하고 살고있고, 앞으로도 그럴듯 하네요. 잘되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나름대로는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느끼는 것도 많고… 아직은 ‘나가서 건강한 모습으로 봅시다’ 운운할 때는 아닌 듯 하고, 그냥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하네요. 저도 마음 편히 지내겠습니다^^
그럼 다들 좋은하루 되세요! Peace!
2015. 1. 10.
여주교도소에서 강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