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저항하는 평화] 잘 받아봤습니다. 수감자우편물은 240호를 오늘(2/10)에 받았네요. 다만 평소보다 더 빨리 받아본듯. 보통 열흘정도 걸렸던 듯 하거든요.
오늘로 딱 8개월째로 접어드네요. 점점더 Mail to Prisoner가 반갑고 힘이되고 있다는게 좋은일인지 아닌지 아리송합니다. 뭐,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간에 제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매몰되고 있는 듯해서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 또한 제가 감수해야할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렵니다. 후후.
오늘같은 날… 왠지 울적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 바깥이었다며 무얼했을까 자문을 해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기분이 나아집니다. 바깥이라고 딱히 보람된 일 같은걸 하진 않았다는걸 깨닫거든요. 감옥에서 들은 이야기 중, ‘바깥에서 행복하게 지냈을수록 수감생활이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원래 우울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건지, 이 말이 맞는 것도 같다는. 오히려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게되는, 편지라도 쓰게되는 감옥안이 어떤 면에선 더 나은거 같네요. 절반은 진담이고 나머지 절반은 스스로 위안을 삼기위해 하는 말이지요. 어쨌든 최대한 제 스스로의 삶의 고통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따금은 스스로를 그 무엇보다 아끼고 어루만져야 합니다면, 이 안에서 그러다가는 타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거 같아요. 실제로 여러번 겪기도 했고… 자신으로 꽉 차있으면 타인의 고통, 느낌을 간과하고 무시하기 쉽겠지요. 그리고 그런만큼 ‘작은 세계’ 안에 갇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가 언제쯤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설 이전에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사실 명절 때마다 저는 꽤 스트레스를 받아왔습니다. 어머니와 제사상 규모로 티격태격하고, ‘장남’이라는 이유로 제사를 주관하고… 친척들 만나면 취직, 군대, 결혼 이야기에 시달리고… 올해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있기에 참 좋습니다. 후.후.후. 전없세 분들은 어떤 설을 맞이하시려나… 이왕이면 이런 부담들에서 벗어난, 즐거운 설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럼 다들 좋은하루 되시길^^

 

P.S. 사실 저는 이미 [저항하는 평화] 주문해놨다는… 후후.

 

2015. 2. 10.
여주에서 강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