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이를 기다리며 밤마다 꺼이꺼이 울다가 옆집에서 민원 들어온 여러분, 제가 그대들 곁으로 갈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5월 22일, 여러분의 눈에 저를 담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나가자마자 기자들의 셔터 불빛에 노출되고 싶진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르몽드 디플로마띠끄에 제 소식을 알리지 말아 주세요. 제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라이프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하며 저는 엠바고 요청을 합니다. 당장이라도 세계에 알리고 싶겠지만 1년 뒤로 미루어 주세요. 저는 노벨평화상 수상도 거부합니다. 패권국들의 선전물로 전락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쪽에서 접근해 오면 저의 완강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전해 주세요. 양심적 수상거부. 양심적 완강히 거부.

전없세 여러분. 제가 보낸 편지들은 잘 보관되고 있나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서거한 후에 편지들을 출판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익금은 모두 전없세에 기부합니다. 원본을 르브르나 대영박물관에 장기 임대하는 것도 허락합니다. 하지만 수억 달러에 팔지는 마세요. 유네스코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까요. 부유한 감식가 한 명의 손에 저의 친필 편지가 들리기보다는 비록 유리관 안이나마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지금 세계문화유산을 손으로 만지고 있군요. 손은 씻었습니까? 편지를 읽기 전에 손을 씻어 주세요. 편지를 읽은 후에 손 씻지 말구요. 순서 중요합니다.

아아, 감옥에 있는 병역거부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지네요. 나는 곧 나가는데 그대들은 언제 나올지… 난 곧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구경하고 재미나게 놀텐데 그대들은 언제 나올지… 아아 정말이지… 메롱…
15.4.12.
가석방자 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