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신을 써내려가다 이런저런 생각에 뒤엉켜 고쳐쓰길 수 차례, 결국 한켠에 치워두고 삼일이나 흘러 편지를 보내게 되네요. 정말이지… 하루가 ‘너 여호와지?’로 시작해 ‘너 여호와 아냐?’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수감 첫 날. 그 뒤로도 같은 질문에, ‘그럼 넌 뭐냐’로 이어지는 질문에 답해야했는데. 어느덧 한 달이 되가네요. 소식지를 받고나니 더 체감이 되고요. 시간이 흐른 것도, 병역거부를 했다는 것도 말이죠.
여기는 끝나지않은 메르스 여파로 발이 묶여 한 달이 되가도록 대기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12㎡ 남짓한 공간에 12명이 지내고 있는데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터라 다들 투덜대긴 해도 서로 마찰은 커녕 화기애애하게 지내는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종종 하층의 누군가 원숭이 묘사를 내고, 찹쌀떡과 메밀묵을 외쳐대는 둥 유별난 일들도 적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웃을 일이 꽤 있던게 묘하게 느껴지곤 하네요. 운이 좀 따라준 모양인지 노후화된 시설로 불편하고, 과밀수용으로 비좁은 걸 빼놓곤 무난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편지가 다다를 즈음이면 출역을 나가게 될 듯 한데요. 조금씩 해소되가는 듯 해도 기피출역지를 빼놓고는 대기자가 꽤 되서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최근까지도 비상운영이라해서 2급 수용자도 날려보내고, 이송시키고. 기피출역지 중 하나인 사소(사동청소부)도 날아갔었거든요. 어제 혈액검사 차 출역담당 교도관과 만났을 때 소망교도소 얘기도 들었는데, 여차하면 저도 출역 이후 도중에 이송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다보니 어느덧 10시가 넘어가네요. 전쟁없는세상 여러분도, 혹여 이 글을 읽게될 분들도 무더운 여름 그리고 장마,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다음 서신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
2015년 7월 23일
의정부교도소 9상2방에서
김두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