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계신 신사 숙녀 양심없는 병역거부자 여러분들, 한낮의 폭염 속에서 다들 무사한지요? 소 전체에서 땀내가 진동하 정도로 정통사우나가 된 교정시설에서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과거에도 이렇게까지 더웠던가 싶을 정도로 무더위를 체감하다보니 감옥에 있는 CO분들의 안부가 염려되더군요.
저는 그나마 독거방에 지내니 혼자 이 더위를 이겨내면 되지만, 혼거방에 계신 분들은 타인의 체온을 어떻게 견디고 계신지 걱정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여름징역은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해 같이 지내는 방사람을 증오하게 만든다’는 글귀가 떠올라 더욱 그렇습니다. 여름낮이 피서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감금된 현실에서는 더위에 지쳐 피서(書)하게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듯 싶습니다.
원래 운동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6월 중순부터 더위가 시작되어 게을리 운동했더니 순식간에 온몸이 망가지더군요. 좀만 오래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베기고 허리가 아파오고 무릎관절에 통증이 발생하는 요즘입니다. 어찌해야하나 싶어 사소분께 여쭤보니 한 곳에 계속 앉아있다보면 그럴 수 있다며 몸 관리를 해야한다네요. 이걸두고 ‘징역병’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이 날씨에 운동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는 않네요.
사실 요즘은 신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기력이 쇠퇴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것이 더위 때문인지, 몸이 안좋아져서인지, 똑같이 매일 반복되는 고립된 생활에 질려서인지 또는 이 모든 상황의 결합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같은 하루의 시작이라는 이유로, 밤에 잠들 때마다 그저 시간을 축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먹먹합니다. 더불어 독거생활이 오래되다보니 점점 더 혼잣말을 하게되는 상횡이 많습니다. 마치 곁에 누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독거노인들이 왜 그리 혼잣말을 하게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는 그들만의 본능적 대처법이겠지요. 어찌보면 이러한 저의 심리적 반응들도 독방에 적응해가는 신호일 수도 있겠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들어 생활이 편해진 면이 있습니다. 하루에 세 차례 이상 돌던 CRPT의 순찰이 사라졌거든요. 이제 한 2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이게 일시적인 상황인지 또는 지속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사실 왜 갑자기 순찰이 사라졌는지 그 이유조차 명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교정시설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돌이켜보면 수감 이후 불쾌하고 기분나쁜 순간들에는 항상 이 기동순찰팀(CRPT)이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구금시설의 일상을 군대식으로 감시, 통제하려는 이들을 재소자 중 누군들 반길까 싶습니다. 교정시설의 안정과 질서유지라는 명분으로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으니 말이지요. 저 같은 경우는 엉덩이에 방석용도로 모포나 수건을 깔고 앉지말라, 밥그릇&물통 갯수가 많다, 더워도 씻을 때도 수복을 착용하라, 누워있지도 엎드려있지도 말라 등을 지적받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것이 감옥의 안정과 질서유지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단속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낀 재소자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벌어진 충돌로 징벌을 받는 일이 벌어지는 등 교정시설의 안정에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CRPT의 순찰이 사라지고 나서 저희 사동이 이전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된 것이죠. 모든 재소자를 단순히 규제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그들의 존재야말로 없던 갈등도 발생시키는 원인인거죠. 유신체제의 유물과도 같은 조직입니다. 이대로 계속 사동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수감자우편물을 보니 정훈씨는 화성교도소로, 지훈씨는 진주교도소로 이감갔군요. 지훈씨는 어쩌다 저희 옆동네로 오셨군요. 가까운 곳에 있어도 만날 수 없지만, 같은 경남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위안을 삼으렵니다. 정훈씨는 만기가 얼마남지 않은때 이감가게 되어 당황스러우실것 같네요… 아마 모두들 조익진씨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걱정이 되어 서신을 띄워보긴 했으나 사실 안면이 없어 조심스러웠습니다. 부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계시길 바랍니다.

 

2015. 8. 6.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