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나름 자주 씁니다만)

지훈씨의 글을 쭉 보면서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재소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송이지 않습니까. 일단 공지방식이 너무 기분 나쁩니다. 아침에 갑자기 인터푠으로 ‘XX씨, 짐싸세요’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데 화가 안나겠습니까? 징역은 사람징역이라고 새로운 사람 만나고 적응하는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교도관들은 안살아봐서 모를겁니다. 사실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 처리 하는지도 모르지요. 방 깨는걸 징벌수단으로 쓰는걸 보면 확실히 알고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아무튼 이송 후, 심지어 7월 매우 더운 날씨에 이사간 후 마음이 싱숭생숭하실 지훈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박유호도 들어와서 이 뉴스레터를 받아볼 것 같은데, “유호야, 반가워. 힘내고 궁금한거 있으면 편지해~ 여기 UAE 계약 책임자랑 같이 운동함. 원전케이블 비리사건… 묻고싶은게 있으면 편지해. 대신 물어봐줄게”
잡설이 길었네요. 저 역시 지훈씨와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죠.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했습니다. 그러나 만기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 좀 참았으면 가석방 받고 이미 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집시법 사범으로 분류된 저의 독특한 조건 역시 저의 행동에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석방제도는 악마의 유혹이지요)
왠지 불의, 반말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지요. 여기서도 오자마자 충돌이 생겨서 독거방으로 왔습니다. 심지어 미결사동에 있습니다. 6명이 생활하는 방에 한 친구가 폭언과 집단적 괴롭힘을 당했지요. 그걸 문제제기했고, 사건처리과정에서 교도소측의 안일함으로 피해자가 진술번복을 하고, 소측과 저는 ‘사건처리’를 둘러싸고 대립했던 것이죠. 자세한 이야기를 생략하고 쓰니 횡설수설인데, 중요한 것은 저의 행동이 너무나 한계적이고,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순진하고 귀여운 몸부림이라는 것입니다. 검방하고 내 물건 제자리에 안놓고가는 교도관, 모습만 봐도 숨막히는 CRPT. 이런것을 일일이 따지다보면 24시간이 모자라고 스트레스 받아 살기 힘들지요. 밖에 있는 분들은 이런 것들을 하루하루 참으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건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결국, 저항을 하는 것도 참고 살아가는 것도 어떤 선택을 해도 심각한 내상을 가지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굴욕감’.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이 다 그런것 아닐까요?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 수모와 굴욕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겠습니까.
결론은 많은 수다를 떨고 공감하고 맞장구 치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이 감정들을 글을 쓰면서 쏟아내고 글을 읽으며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니깐요. 어떻게든 건강하고 좋은 모습으로 세상에 당당히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것 역시 일종의 유쾌한 저항일테니깐요.
물론, 만기가 얼마 안남은 저의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헤헤. 아무튼! 잘먹고 잘 사는 것으로 복수합시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5. 8. 1. 박정훈

 

P.S. “삶의 가장 소중한 의미는 살아있다는 것, 끝없는 우주와도 같은 인간이란 존재 그 자체다”
드림셀러 중 뒷표지 문구ㅋㅋ 왠지 이 문구가 떠올라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