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역 이후, 7월의 유쾌함이 우울감으로 뒤덮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더군요. 당시에도 유별나긴하다 싶었지만 지금 시점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그런 방이 어디 또 있을까 싶습니다. 7월의 방은 크게 눈치볼 것 없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그만인 자율적인 분위기에, 첫 주 이후엔 뒤바뀐 방 사람들끼리 이런 연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케미돋는 그룹, 그룹들이 생기고 맞물려 쿵짝이 잘 맞게 돌아가는 그런 방이었거든요. 그 덕에 매우 비좁게 지내면서도 별다른 마찰없이 이렇게 화기애애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잘 지낼 수 있었고요. 그 반작용인지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비교하게 되네요. 갑갑함이 가라앉고 진정되나 싶으면 또 생각나고 그립고 그렇습니다. 방위선금 비리를 두눈으로 봤었다며 군에 대한 강한 불신을 얘기하고는 저를 두고 무모하다 싶으면서도 대견하다고, 출소하면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건네준다던가, 자기소개때 병역거부를 정확히 알아듣고 양심수냐, 시국사범인거냐는 말을 먼저 건네왔던 뜻밖의 일도 떠오르고요. 친구를 여증으로 다시 만났던 찰나의 순간도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아무튼 그런 방, 그런 생활을 하다 ‘군대가기 싫어서 감옥에 왔느냐, 그냥 군대왔다 생각하고 사회생활도 배울겸 잘 생활해라’는 말을 서슴치않게 내뱉던 사람과 같이 일하고, 고약한 시어머니(?) 같은 사람, 손가락질이나 눈짓으로 눈치주는 사람 등 그런 정말 어울릴 수 없는 이들 틈에서 살아남아야했으니… 군대가지 않은 것에 대한 추파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참고 또 삼켜내며 별다른 대꾸없이 넘겨버리니 최근 들어서는 대놓고 툭툭 말을 던지는건 잦아들어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8월은 사람이 징역이란 말의 실체를 온몸으로 체감한, 그런 달로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교도관도 군대 운운하며 참아내고 조용히 지내길 요구하는 와중에 어차피 뻔한 핀잔, 잔소리만 돌아올 상황에서 삼켜내야하는 언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수감상태와 맞물려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도요. 쉬이 터놓고 얘기할 말동무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 주기적으로 날아노는 수감자우편물, 편지가 심심한 위로, 위안이 되었던 것, 부분적으로 고립되어 있을뿐 이어져있음을 확인하고 연대감을 느꼈던 경험도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질 듯 하고요.
어느덧 9월, 어느덧 세 분이 출소하시고 또다른 세 분이 이 길을 걷고있네요. 반갑고도 한스러운 복잡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이미 수감되신 박유호씨는 몸도 그렇고 마음도… 될 수 있으면 건강히 지내고 있으시길 바랍니다. 다른 두 분은 부디 수감되지 않으시길 바라고요. 때가 좋지 않은 때에 (엄청났던 과밀수용, 폭염에 전일근로, 노후화된 시설, 사람 징역) 수감생활을 지내서 그런지 더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저도 경묵씨처럼 연이은 무죄판결에 설렜었는데 이대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모두 내년 초에는 감옥이 아닌 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데 건강 잘 챙기시길!
2015년 9월 2일 6상5에서
김두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