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병역거부 소견서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한다.”
이 사실은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이고 저 또한 20살을 맞이했을 때 까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식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남들과 같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했을 때 저희 가족한테 불행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지요.
2010년 3월 12일, 저희 형이 군복무중인 충주 19전투비행단으로부터 전화한통이 걸려왔습니다. 갑자기 형이 정신상태가 이상해져서 대전국군수도병원에 급하게 입원하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다음날 저희가족은 수도병원에 방문하였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형이 일반인이랑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성을 잃어 대화가 불가능했고 평소에 말도 안하던 신에 대한이야기, 군부대내에 사람들에 대한 험담,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 등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벽을 치는 등 결국 면회를 할 수가 없어서 집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몇 주 정도 지나고 군병원에서 환자상태가 안정되었다고 했을 때 다시 방문했습니다. 병명은 조울증(양극성장애)이었습니다. 형은 처음 방문했을 때 보다 상태가 안정되었고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고 말이 별루 없었습니다. 면회실에 앉아서 부모님과 저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동안 형이 전입 때부터 군부대내에서의 가혹행위로 얼굴을 제외한 온몸에 구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았고 심한 욕설 그리고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아신 아버지는 크게 분노하셨고 헌병대수사의뢰와 관련된 사람들을 고발하려고 했었으나 그때 간부가 아버지한테 만약 수사가 이루어지면 형까지 피해를 받을 것이고 군 제대까지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협박을 해서 결국 수사까지 가지 못하고 가해병사들의 처벌과 마음에도 없는 사과편지들을 받음으로써 종결이 되었습니다. 이게 지금 와서 너무 후회되는 일입니다. 그때당시엔 부모님이 오로지 형에 대한 걱정뿐이었으며 나중에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 일을 아예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형은 제대까지 군정신병원에 입원하였고 제대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으나 두 차례의 재발로 일도 제대로 못하고 감당이 되지 않아서 처음엔 이천시 성 안드레아 정신병동 그다음엔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전전하며 입원 및 치료를 받았습니다. 만약 저희 집이 유복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원래 저희부모님은 제가 초등학생 때 이혼을 하셨고 따로 살고계시다가 형 때문에 같이 있었던 것 이고 원래부터 어머니와 형 저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었습니다. 군병원내 입원해있었을 때는 국가에서 입원비나 약값을 지원해주었으니 부담이 없었으나 제대 후에 잦은 재발로 정신병동에 수용시키고 현재까지의 약값, 의료보험비등 자비로 충당하다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서 은행 빚까지 빌리게다보니 집까지 팔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나이가 60세를 넘으셨으며 다리가 좋지 못하셔서 일도 못 나가셨고 저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교 선배로부터의 조언으로 형이 복지카드혜택을 받게 되었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뒤늦게 국가유공자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군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떨어졌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공문서가 위조가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군 자료 중 발병원인과 상황을 적은 자료가 있는데 그 안의 내용은 형이 군대내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자연발생적으로 조울증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부대 내 병사들이 형한테 가했던 가혹행위에 대한 것은 일절 적혀있지 않았고 원인 또한 입대전의 유전적인 영향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형은 신검에서 1급을 받았을 정도로 신체건강 했고 저희어머니나 아버지 쪽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단 한분도 없습니다. 그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은 흘러 저 또한 국가로부터 부름을 받아 입대해야하는 시기가 왔지만 저는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군대의 필요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북한과의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고 휴전중이며 북한의 도발위협에 맞서서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나서야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종교적인 신념이 없고 평화주의적인 사상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형을 저렇게 만들어서 버리고 저희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군대에 대한 악감정이 저한테 이 길을 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길을 선택하더라도 저희형의 인생은 되돌릴 수 없겠지만 후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