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지난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 이후 2020년 대체복무 심사위원회가 발족하여 현재 대체복무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10월 26일엔 대체복무 요원들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것으로 첫 대체복무가 시작된다. 현행의 대체복무법은, 한국에서 최초로 대체복무가 실행된다는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징벌적인 장기간의 복무 기간과 교정시설로 복무영역을 한정하는 등 평화 인권 시민단체의 비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로 만들어졌다.(좀 더 상세한 내용은 성명서 참고) 이러한 제도의 한계가 현재 대체복무 심사와 시행 등의 운영 과정을 평화운동이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일테다.
지난 2018년에 출간된 《병역거부: 변화를 위한 안내서》에는 각국의 병역거부 운동의 사례가 광범위하게 소개되어 있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병역거부 운동의 역사와 양상은 다르다는 것을 숙지하며, 우리는 이 책에서 병역거부 및 반군사주의 운동에서 고민해야 하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징병제 하에서의 민간 대체복무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관련 캠페인을 살펴”(13쪽)보는 2부 ‘운동 전략’은 이제 막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서평은 ‘병역거부와 젠더’를 참조)
2부에서는 핀란드(15장), 러시아(16장), 독일(17장), 스페인(18장)의 병역거부 운동, 민간 대체복무 제도에 대한 고민, 징병제 이후를 고민하는 사회운동의 사례 등을 해당 국가 활동가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이 중 핀란드의 “완전거부(민간 대체복무를 포함한 징집에 의한 모든 형태의 복무를 거부하는 행위)와 대체복무에 초점을 맞춘 병역거부 캠페인의 상대적 강점과 약점”(180쪽)을 논의하는 15장을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한국은 2020년이 되어서야 대체복무제가 시행되지만 핀란드는 훨씬 앞선 1980년대부터 민간 대체복무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핀란드의 경우를 단순 참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참고점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민간 대체복무를 하는 모든 사람이 군사주의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군사주의는 줄곧 그것을[민간 대체복무]을 적대시했다.”(182쪽)는 대체복무의 반군사주의적 의미를 짚는 부분이 그러하다. 이와 동시에 이 글에서는 “핀란드 정부가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대신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방식”(183쪽)에 대해서도 비판해야 한다고 짚는다. 이처럼 시행되는 민간 대체복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만 핀란드 정부나 군사주의가 “국가의 전략으로서 사회를 군사화하고 징병제를 지탱하는 도구”(184)로 민간 대체복무를 활용하는 것과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대체복무가 갖고 있는 ‘군사주의적 위험성’이 완전거부 행위가 갖고 있는 중요함이다.
글에서는 민간 대체복무에 맞서 완전거부를 택하는 캠페인의 중요성과 함께 완전거부자가 지나치게 개인화되고 영웅화되는 것, 즉 반전 영웅주의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경계는 군사주의에 대한 젠더 분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이 글 후반부의 백미이며, 이 책 전체의 관점과 상응하는 지점이다.
글 한 편이지만 인터넷에 공개하기에는 다소 긴 글이다. 그럼에도, 대체복무제 시행 후 대체복무 신청,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이들과 한국 사회의 반군사화 행동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도움 되기를 바라며 전문을 공개를 결정했다. 이 글을 포함하여 책 전체를 읽는다면 삶을 위한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 게재를 허락해준 ‘도서출판 경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