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최근 대체복무제도 도입 후퇴 가능성에 대한 일련의 보도를 접하고 깊은 우려와 함께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방부가 2007년 9월 제시한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2008. 7. 21. 국방부장관에게 전달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5년 12월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의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있음을 확인하고, 병역 의무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007년 9월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도 편입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 이외의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사회서비스 분야 대체복무를 허용토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국방부의 추진방안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하고 환영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입니다. 유엔은 다수의 일반논평과 결의안들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거듭 확인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요청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유엔 인권기구로부터 거듭된 지적과 권고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상황에서, 국방부의 추진방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면 이들이 「병역법」상의 병역기피죄로 기소됨으로써 연간 500~800여 명의 전과자가 양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국방부가 2007년 9월 발표한 대체복부제 도입 방안의 구체적 계획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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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도 이행에 관한 의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한다)는 국방부가 2007년 9월에 제시한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1. 위원회는 지난 2005년 12월 국방부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 제19조, 「세계인권선언」 제18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의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내에 있음을 확인하고, 병역 의무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 이에 대해 국방부는 2007년 9월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도 편입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닌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사회서비스 분야 대체복무를 허용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여론조사와 공청회·설명회 등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지지를 얻어서 시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것이며, 2008년 말까지 「병역법」과 사회복지 관련 법령, 「향토예비군 설치법」 등을 단계적으로 개정하여 2009년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 위원회는 국방부의 추진방안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지만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환영한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형사처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소수자이다.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양심에 따른 결단을 사회 전체와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체복무제의 도입이라는 점은 여러 나라에서 실증된 바 있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국제 사회의 보편적 인권기준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진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4. 그러나 최근 대체복무제도 도입 후퇴 가능성에 대한 일련의 소식들에 대해 위원회는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 같은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쌓아올린 인권국가로서의 평가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5.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이다.징병제도를 갖고 있는 대만, 덴마크, 독일, 러시아,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 등 대다수 국가들도 이미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유엔은 다수의 일반논평과 결의안들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거듭 확인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차별하지 말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요청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요청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유엔 인권기구로부터 거듭된 지적과 권고를 받았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는 2006년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으며, 2007년에는 개인청원에 대한 결정에서 한국 정부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양심의 자유)를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UPR) 심의에서도 같은 권고가 되풀이됐다. 국제사회만이 아니라 우리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6.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의 문제는 정치이념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기피 등으로 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취업에 제한을 받는 등 사회생활에 지극히 어려움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군입대 및 집총의 의무를 면할 수 있다면 다른 형태의 사회적 봉사를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점에서 단순한 병역기피자와 다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는 공정한 기관에 의해 대체복무의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판정하게 하고, 매우 특별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현역복무기간을 초과하는 기간 동안 복무하게 함으로써 군 복무와 형평성을 맞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7. 2007년 9월 국방부의 추진방안 발표 이후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중인 이들에 대한 재판을 2009년 초 이후로 연기하고 있으며, 미결 수감 중인 사람들에게는 보석을 허가해 왔다.그러나 국방부의 추진방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법」상의 병역기피죄로 처벌됨으로써 다시 연간 500~800여 명의 전과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문명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에 걸 맞는 인권기준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수용하여 국방부는 2007년 9월에 발표한 추진방안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2008. 7. 11.
위원장 안경환
위원 최경숙
위원 문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