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폭염이 한풀 꺾인 일요일입니다. 두터운 구름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서인지, 과밀된 방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원이 한 명 줄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50분간 작동하는 선풍기가 10분씩 멈출 대도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잠시 주춤했던 독서에 대한 욕망을 회복하는 중에 〈한겨레21〉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특집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세계에서 주간지를 구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두 번째로 들었네요. 처음은 저와 동료가 함께 쓴 논문이 인용된 걸 확인했을 때였죠. 루민님께서 연인과 주고 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어낸다는 소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된 이후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절망이 언제까지 연장될까 두려워졌습니다. 바깥 세계의 안위야 어찌되든 거리두기 단계만이 낮아지길 바라는 이기심이 훌쩍 자란 걸 인지하는 것 또한 살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고통입니다.

 

주간지에 편지 형식의 글을 연재하면서부터 글감이 채워지지 않아 초조합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자기 표절을 피하려는 경계심에 압도되어, 절대로 미루는 법이 없었던 편지 쓰는 일을 망설이곤 합니다. 앞을 돌아보지 않고 뒤를 대비하지 않는 문장으로 가득한 글쓰기는 제가 힘겹게 부여잡았던 색깔을 흐릿하게 만들곤 합니다. 비좁고 제약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데다, 올림픽 소식으로 도배된 뉴스가 사회 문제를 사유하는 능력을 감퇴시키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미리 써둔 글 덕분에 마감 날짜까지 꽤 많은 시간을 벌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그래도 텅 빈 존재로 지내는 건 견딜 수 없이 찜찜합니다. 수용자 무리에 동화하려 했던 시도는 어딘가에 존재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진도가 더 이상 나아가질 않습니다. 조금은 그 마음을 비틀어 높이 세워봤자 소용없던 벽을 허물어 평화주의자도 짜증을 낸다는 걸 주변에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8월이 됐습니다. 첫 주만 잘 버티면 연인을 마주하는 짧은 행복을 되찾을 수 있겠죠. 체념에 익숙해지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2021년 8월 1일 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