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2014~2023년) 전 세계 127개국에 약 142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뭐가 그리 떳떳하지 못한지, 최근 정부는 관세청을 통해 이런 정보의 공개 범위를 좁혔다. 관련해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 정부가 2018~2022년 유엔 재래식무기등록제도(UNROCA)와 무기거래조약(ATT)에 따라 신고한 무기 수출 내역의 가치는 약 8억 8400만 달러**이다. 같은 기간 실제 수출액의 11%에 불과하다.
최근 신고한 2023년도 자료는 어떨까? 한국이 신고한 주요 무기체계 수출 내역은 K2 전차 18대(폴란드), K9 자주포 51문(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FA50 경공격기 12기(폴란드), 현궁 대전차 미사일 50기(사우디)다. 소형무기 및 경무기는 K2 등 소총 12,660정(네팔, 핀란드, 필리핀), K3 경기관총 1,140정(네팔), K6 중기관총 9정(필리핀, 카타르) 등을 신고했다. 가치는 대략 12억 달러로 2023년 한국의 무기 수출액 24억 달러의 50% 이상이다. 위의 11%와 비교하면 무기 거래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값비싼 주요 무기체계를 일부 포함해서 그렇지 개수로 따지면 공개된 것은 전체의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특히 이미 뉴스를 통해 떠벌려진 폴란드 수출을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2023년 사우디에 4억 5800만 달러어치 이상의 무기를 수출했지만 신고된 것은 현궁 조금으로 겨우 2000만 달러어치다. 전체의 4%밖에 안 된다.
그 밖에 주요 수출국인 미국(2억 400만 달러), UAE(1억 7700만 달러), 인도네시아(2500만 달러), 튀르키예(2500만 달러) 등에 판 것은 전혀 신고되지 않았다. 폴란드 수출을 제외한 전체 12억 달러 중 약 4000만 달러어치만 신고한 것이다. 신고율은 3%다.
다른 해도 마찬가지다. 2018년(20%), 2019년(16%), 2022년(15%)처럼 비교적 신고율이 높은 경우도 2018년은 태국에 수출된 프리깃함 한 척, 2019년은 KA-1S 4기(세네갈)와 T-50TH 8기(태국), 2022년은 K2 전차 10대(폴란드)가 포함되어서 그렇지, 이를 제외한 실질 신고율은 주요 무기체계를 하나도 수출하지 않았다고 신고한 2020년의 0.1%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뉴스에 수출 사실이 널리 광고된 주요 무기체계 ‘104개’를 제외하고, 한국의 6년간 무기 수출 신고율을 다시 계산해보면 1%가 나온다. 이것도 보수적으로(무기의 가격을 넉넉잡아) 추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의 신고를 통해 증진된 한국의 무기 수출 투명성은 많아야 1% 라고 할 수 있다. 성적으로 따지면 영락없는 F(낙제)다. 올해의 50%는 주요 무기체계 수출이 늘어서 뉴스에 보도된 것 역시 늘어난 데 따른 착시효과인 것이다.
그럼 신고되지 않은 나머지 99%는 어디로 팔렸을까? 한국은 지난 10년간 78개 무기판매위험국*** 중 54개국(69%)에 무기를 수출했고, 이들 국가로의 수출액은 약 86억 달러(전체의 61%)이다. 한국은 프리덤하우스가 2022년 비자유국 또는 부분자유국으로 분류한 111개 국가 중 79개국(71%)에 무기를 수출했고, 이들 국가로의 수출액은 약 90억 달러(전체의 63%)이다. 한국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2년 국내외적 무력분쟁에 개입된 국가****로 분류한 58개 국가 중 43개국(74%)에 무기를 수출했고, 이들 국가로의 수출액은 약 57억 달러(전체의 40%)이다.
요컨대 한국은 무기의 확산, 전용, 오용 등의 가능성이 높고, 인권 상황이 열악하며, 무력분쟁에 개입된 국가들을 주된 무기 수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대외무역법과 방위사업법, 무기거래조약 등 무기 수출을 통제하는 국내법과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된다. 그러나 한국의 무기 수출과 수출 통제 체제의 투명성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그에 대한 감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주
*HS 코드 8710(전차와 그 밖의 장갑차량, 이들의 부분품), 880230(2톤 초과 15톤 이하인 비행기와 그 밖의 항공기), 890610(군함), 93(무기, 총포탄과 이들의 부분품과 부속품)에 해당하는 품목. 중량 범위 외의 군용 항공기나 헬리콥터 등은 제외된 반면, 소액의 민수용 총기는 포함하는 액수로 정확하지는 않으나 실제 군용 무기 거래액은 적어도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전차, 군함, 전투기 등 주요 무기체계는 실거래 가격, 기타 차량은 $100,000-$200,000, 소형무기는 $500-$1,200, 경무기는 $4,000-$15,000로 종류에 따라 추산.
***케이토 연구소의 2022년 무기판매위험지수 ≥50 기준. 무기판매위험지수(ASRI)란 무기의 확산, 전용, 오용 등 무기 판매의 부정적인 결과와 관련된 요소들을 0부터 100까지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각국의 부패, 불안정성, 국내 인권상황, 분쟁 개입 여부 등을 토대로 측정된다.
****2023년 SIPRI 연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