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에 이어서)
2월 12일, 오늘은 갑작스레 보안과장이 불러서 30분 정도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용건은 역시 제 트위터 및 인터넷에 게시된 글들. 특히 국제앰네스티 회원분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쓴, 아마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었을 법한 글을 인쇄해와서 보면서 이야길 하더군요.
대화의 분위기는 비교적 온화했습니다. 전 여주교도소처럼 서신검열 어쩌고 하며 들이대지 않는 이상, 특별히 사람을 날까롭게 대하진 않거든요. 게다가 보안과장이 제게 꼬박꼬박 경어를 쓰며 정중하게 대하는 것엔 조금 놀랐습니다. 그동안 ‘상담’해본 고령의 직원들은 모두가 제게 하대를 했으니까요. 당연한 일에도 놀라야 한다는게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면담에서 주된 메세지는 “불편한 것, 개선할 게 있으면 자기한테 이야기하고 웬만하면 밖에 써보내서 이슈화시키지 말라”인듯 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는 별로 없는 편이었습니다. (서신검열을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뭐 그렇게 하겠단 소린 아니었고…) 그리고 매일 애국가 제창을 하는 것에 관해선 ‘모든 공과가 그러는게 아니고 공과마다 다르게 하며, 일부가 그러는 것 같다. 불필요한 것 같으니 안하도록 하겠다’ 라고 하는 등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저로선 여전히 제가 쓰고 표현하고 공유하고 싶은 경험, 이야기가 있으면 편지에 써보낼 마음은 충만합니다만. (웃음) 면담한 김에 전화사용신청서의 개인정보 문제 등도 개선하겠단 답을 얻었으니, 당장은 투덜투덜거릴 ‘꺼리’는 생각나는게 없네요. ‘훈련복’ 문제같은 경우는 일단 규정을 확인해본 뒤, 얘기해보려고 하구요.
귀찮고 피곤한 일 없이 시간이나 빨리 흐르게 멍하니 있으면 좋을텐데, 제 성격이 삐딱하여 짜증도 많고 말도 많아서 가만히 있는게 더 힘든 실정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저 지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거죠, 뭐. 일단 지긋지긋한 애국가 부르는 틈에 끼어있는 일 없는 걸로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10%는 줄어든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지내다보면 2월, 3월도 금방 가지 않겠습니까?
3월에 사면이 있을 예정이란 기사에, 옆 사람이 제게 “너 곧 나가겠다?” 하기에 “병역거부는 그런거 없어요.ㅎㅎ”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교통과실범 등의 분들은 은근히 기대하시는 눈치입니다. 감옥에서 하루가 또 가네요. 에휴~
2013. 2. 12.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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