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몸도 멀쩡하고, 문제는 그럭저럭이 괜찮은 건가?
2. 최근에 이유를 알 수 없이 병역거부가 다행이라는 글을 자주 봤다. 묻는다. 나에게. 다행인가?
사실 잘은 모르겠다. 오태양의 병역거부를 통해 ‘병역거부’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머리 속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군대에 가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을 거고. 그걸 생각하면 다행이긴 한데 어차피 군사 문화가 가득한 이 곳에서 사는 걸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운이라는 말도 잘 모르겠다.
다만 정말 다행인 건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건 ‘궁극적으로 군대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다.
문제는 아직 ‘궁극적으로’라는 수사를 붙이고 있다는 거지만.
3. 얼마전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라는 책을 보았다. 책의 내용은 인종주의라는 것은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이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터무니없는 ‘인종주의’에 세계가 포섭되고 뿌리치기 힘든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터무니없다고 이야기하는 ‘평화’로운 공간도 생길 수 있겠다는 오독에 이르렀다. 관건은 ‘상상력’이겠지.
오태양이, 아니 그 전의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한 수많은 병역거부자가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듯이, 내 ‘상상력’이 다른 사람에게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근데 ‘창의성’ 교육을 받지 못해서일까? 상상력이 매우 빈곤하다. 게대가 여기에선 ‘순응’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그래도 내가 사람들에게 ‘순응’보단 ‘생각’이나 ‘고민’이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상상’까진 아니지만 다행이다.
2011.12. 11
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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