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잘 지나가고 있다. 하루쯤 감기기운의 여지를 잠시 보이더니 금방 사라졌고 5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견뎌준 내 몸에 감사를.

마치 고3때 같다. 입시가 무의미하고 왜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대안을 몰랐다. 그래서 일단 대학 가겠다고 잠을 줄여가며 입시 공부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생존본능이 몸을 지배한 건지 한 번 아프지 않고 일 년을 지나왔다.

지금도 딱 그 느낌이다. 살겠다고 밥도 더 잘 챙기고 약도 챙겨먹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꼬박꼬박 챙기는 건 뭔가 무섭다.

어쨌든 살아야겠는지…

예전에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한 그룹은 죄수로 한 그룹은 교도관 역할을 주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이 실험의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듯 교도관 역할을 한 사람들이 죄수 역할을 한 사람을 폭행, 고문 등의 비인간적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계획했던 실험기간보다 훨씬 빨리 종료 후, 은폐를 시도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듯이 드러나긴 했지만.

이 영화를 볼 때 감옥이라는 공간에 대해 공포감을 느꼈다. 물론 고문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할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도 고문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심각한 일은 벌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누군가가 권력을 가진 자로서 그 권력을 당연시하고 행사하고 싶어 하는 일들은 생기곤 한다.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묻는다거나 불쾌한 장난, 농담을 하거나 쉽게 짜증을 낸다거나…
조금의 따뜻한 물로 다툼이 벌어지고 720시간 중에 최대 1시간 27분만 아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이런 상황을 더 심하게 하는 거겠지만.

단지 ‘생존’하지만은 않겠다고 이야기했었다.
최근에 방 사람이 새롭게 한 명 들어오면서 오랜만에 병역거부를 왜 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방에 있는 나머지 한 명은 나의 병역거부는 호의적이고 묻는 사람도 그리 공격적이지 않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음껏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말을 해줄 걸 싶다.
“그냥 살고 싶어서요.”
다들 ‘그냥 살고 싶은게’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떻게가 남긴 하겠지만.

2012. 2. 5.
대구구치소에서 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