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분들께

여주교도소에 온지 2주일이 되어갑니다. 이감된지 이틀만에 바로 출역이 정해져서 위탁공장에서 열심히 봉투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주교도소에 오니 서울구치소보다 방도 넓고 식사도 좋고 시설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생활이 꼭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규율이나 간섭이 좀더 심하거든요. 이번에는 여름철에 침낭 등을 갖고있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국가인권위 진정을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서울구치소에서 만화책 반입이 안되던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인권위 진정을 내달라고 바깥에 이야기를 해뒀습니다. 오타쿠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_-)

같은 방에 있는 분 중에 감옥에 오랜 시간 있으셨고 또 감옥인권 등에 관해 많이 알고있으신 분이 있어서, 그분에게 감옥 안의 여러 일들이나 형집행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분이 감옥인권에 관심을 갖고있고 도움을 청할만한 단체를 좀 소개, 연결시켜달라고 하셨는데 어디가 적당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가 좋을까요?

보내주신 소식지에 실린 우공님의 ‘거부’에 대한 글을 읽고 공감했습니다. 교도소에 와서 ‘항명’, ‘탈영’ 등의 죄목으로 수감되어있는 분들을 몇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는 훈련소에서 수직적 계급을 견딜 수 없어서 항명하고 수감이 된 사람도 있었고, 선임들의 괴롭힘 때문에 탈영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입영 전에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하지 않은 것일뿐, 군대의 제도나 문화, 폭력성을 견딜 수 없어서 처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항명, 탈영했고, 처벌을 받고있다는 점에서 저와 별로 다를 것 없는 거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처벌을 직접적으로 받고있거나 받지 않았더라도 마음속으로, 또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쟁, 군대, 병역에 저항하고 그것들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병역거부가 ‘처벌’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것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지요. 작년에 저희가 대학/입시 거부선언을 했을 때도 비슷한 결의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감옥에서 지낸 날이 이제 60일이 되어갑니다. 형기의 십 몇퍼센트 정도는 지난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목표가 살 빼는건데, 들어와서 3kg 조금넘게 감량했습니다. 한 6kg만 더 빼면 이제 비만이 아니게 되지요. 여유있게 조금씩 빼서 건강한 몸으로 나가려 합니다.

2012.6. 24.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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