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 동지들께 드립니다.

보내주신 소식 메일 잘 받았습니다. 평화운동의 동향과 다른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발송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3월 말이 선고공판이었으나 치아치료를 이유로 부득이하게 공판을 4월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도 하고 신변정리도 했습니다만 가장 열심히 임했던 일은 총선 선거운동이었습니다.

사회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으로 엉겁결에 진보신당 당원이 된 저는, 은평구에서 안효상 진보신당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게 되었습니다. 낙선했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희망을 보았기에 결과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판은 특별한 문제 없이 끝나 저는 법정구속되어 서울 구치소에 수감중입니다. 판결문은 A4 여섯페이지 정도로 상당히 길었고 사안에 대한 판사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초반에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였으나, 결국은 안보 문제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하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례적인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판결문을 낭독한 뒤에 판사가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왜 법정구속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해 줬습니다.

구치소 생활은 바깥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무척 만족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밥도 맛있고 잠도 잘 자고 놀기도 잘 놉니다. 역시 죄는 죄, 사람은 사람인 듯 합니다. 일단 항소포기서를 쓰고 미결에서 기결수가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170호 메일에서 길수씨가 힘들게 구치소 생활 하시는게 안타까웠습니다. 몸도, 마음도 상하지 않는 징역생활 되길 기원해 봅니다. 저는 아무래도 징역이 체질인 듯한데, 머리는 통제에 저항해도 몸이 스르르 젖어드는 것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 간 병역거부 준비에 여러 도움을 주신 전쟁없는세상 동지들께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심리공판 때 응원오셔서 큰 힘이 되어주신 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경황없는 탓에 준비하는 여러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만, 멀리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정부의 탄압에도, 해군의 탄압에도, 삼성의 탄압에도 제주도에 평화의 노래가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2012. 4. 19.
서울구치소에서 최기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