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를 올립니다. 보내주시는 소식지 늘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전에는 덧신도 보내셨던 것 같은데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보직을 옮겼습니다. 석달 전에 냈던 관용부 신청이 받아들어졌는지, 계속 취사장에서 오라고 하다가 안간다고 했더니 직원이발(직리)로 발령을 내네요. 요즘 공장 작업량이 너무 많고해서 짜증이 쌓이는 통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옮기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지는 않은데다 직원들하고 부딪히는 곳이라 고역입니다. 공장보다 자유롭지 않은 느낌이고, 관과 싸우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기분 나쁜 일도 있었습니다. 치과 치료가 늦어져서, 빨리 치료했으면 살릴 수 있었던 생니를 기어이 뽑아야 했습니다. 후속치료도 필요하고, 임플란트도 해야하는 상황이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교도소가 치과의사가 없으면 빨리 마련할 생각을 해야지, 계속 외부진료로 돌리려하는 태도가 심히 불만입니다. 치료가 늦어진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낼까 하는데, 적절한 절차일지 혹시 잘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뽑은 날은 하루종일 우울하더군요.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나가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억울하기도 했구요.
예전 편지에서 여주교도소가 괜찮은 것 같다고 썼는데, 시설만 그럴듯할 뿐, 행정이나 재소자를 대하는 태도는 엉망입니다. 질서를 잡고 다그칠 생각이나 하지, 재소자들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해요. 공장에 있을 때도 많이 참기도 하고, 때로는 들이받기도 했는데, 역시 권리는 요구하는 사람이 누리게 된다는 것을 수시로 느끼게 됩니다.
날이 점점 차가워집니다. 감방에 계신 분들 모쪼록 겨울 준비에 만전을 기하시길 바랍니다. 강정마을 투쟁도 좋은 소식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2012. 11. 11.
여주에서 최기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