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달부터 ‘사동소지’ 일을 하고있습니다. (정식으론 ‘도우미’인 듯 하지만 다들 그냥 소지라고 불러요) 자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거의 그분들이 최소 2개월 고정적으로 하는 일인데, 몇몇 사동에서 물건수수 등 사건이 있어서 되도록 돌아가며 1~2달씩 하는 걸로 바뀌었다고 해서… 할 사람이 없으면 차출한다고 해서 그냥 이번달은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배식하고 배식 식기 설거지하고 복도 청소하고… 그런 정도의 일인데 크게 힘들건 없지만 은근히 피곤하네요. 복도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도 왠지 운동이 되는 듯? 가능하면 2월만 하고 싶은데 사람이 없으면 3월까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동을 돌아다니다보니 자주 듣게되는 말이 “여호와의 증인처럼 생겼다” 또는 “병역법 같다” 입니다. 그런 분위기 같은게 있는건지… 가끔 직원들은 그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시비(?)를 걸죠. “그럼 나라는 어떻게 지키냐” 어쩌고 저쩌고. 오늘도 아침에 웬 직원 하나가 말을 길~게 하더라구요. “병역 대신 교도소에서 대신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어떠냐?” 라길래, 이안에선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출소 후에 사람들은 “대신 봉사”한게 아니라 “처벌받고 나왔다”라고 볼테니, 그렇게 말하긴 좀 억울한 일이라고 답했죠. 그때부터 대체복무 문제에 대한 긴~ 얘기를 들어야 했는데 “종교 교리, 율법 이런거면 어쩔 수 없지만 정치적 신념이라면 타협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군사훈련 정도는”, “4주 군사훈련도 안받겠다는건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같은데” 등등. 얘기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그 직원이 휴전 상태를 복싱 경기에 비유하며 지금은 3라운드 끝나고 잠깐 쉬는시간 같은거라고 하더군요. 전쟁을 스포츠 경기에 빗대는 그 안이함, 경기라듯 전쟁을 계속해서 끝내야 한다는 그 속의 사고방식, 그런 것들에 섬뜩한 기분이 들며 “군사주의”라는 것에 대해 여러 상념이 생겨났습니다. 휴식기간이 몇십 년으로 전투기간보다 몇 배는 길어진 마당이면 그 ‘복싱경기’는 이미 판이 깨진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실속없는 대화였습니다.
서울구치소도 여주교도소도 전화사용신청을 한 사람이 낱장에 써서 따로 제출하게 되어있었는데, 남부교도소는 전화사용신청을 12명이 한 장에 기입해서 내게 되어있더군요. 다른 수용자에게 가족 연락처, 주소 등 알려주지 말라고 교육하면서 그게 뭐하는 플레이인지. -_-; 이런 부분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훈련생들에게 주는 관복 중 ‘훈련복’이 두께, 재질 등이 동복이 아닌 춘추복 사양인 것 같더군요. 이 겨울에 춘추복이라니;; 관복 관련 법령이나 기준 등을 좀 알아보려 합니다. 겨울도 거의 다 갔고 2월 중 교체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다음 기수들은 제대로 된 동복을 입어야지요. 안그래도 거실 외에 복도, 교실 등은 춥구만. (마치 학교에서도 교무실은 따뜻한 것처럼 직원들 근무하는 곳은 따뜻한 걸 느낄 때면 씁쓸합니다. 온도계 있는 근무실 보니, 23도더군요)
출소 후에, 후원금이 적어도 50만원 이상이 남을 것 같아서 플라워파워 기금에 잔액 절반을 후원하려 했는데 없어진다니 아쉽네요. 그냥 전쟁없는세상에 후원하면 되겠죠? ^^
설 선물로 보내주신 그림책, 조은이 보내준 책 등은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설 잘 보내셨길 바라며.
2013. 2. 11.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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