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람(녹색전환연구소)
(사진은 SBS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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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증언 1: 한국의 무기산업과 무기거래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위기와 녹색전환에 대한 정책연구를 하고 있는 민간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는 녹색전환연구소 배보람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국의 무기 산업이 만들어내는 환경문제에 대한 증언을 하러 나왔습니다. 저의 증언은 한 어촌 마을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여기 한 마을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느 바다 마을처럼 바람이 몰고 오는 먼지를 막고, 태풍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을 숲으로 가꾼 해송림에 숨은 아주 작고 오래된 마을입니다. 시골 마을이 그렇듯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과 그 곁에서 난 것들로 생활해왔습니다.
충남 보령 서해의 갯벌에서 조개를 캐서 팔았고, 또 먹었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마을 옆 개간지에서 쌀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어촌의 작은 마을들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오랫동안 상하수도가 설치되지 않아 주민들은 1990년대 후반까지 지하수를 마셨습니다. 주민들은 대체로 평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았습니다. 대단한 생태적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삶 자체가 그렇게 꾸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리 살아오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삶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안에는 오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종종 어떤 곳에서 오염과 더불어 사는 삶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곳은 때로 ‘암 마을’ 되기도 하죠. 충남 보령 갓배마을 마을처럼 말입니다.
이 사연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갓배마을의 역사를 잠깐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마을은 1962년부터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980년까지는 미8군의 사격장으로, 1981년에 한국 육군으로 이관되었다가 1991년부터 현재까지 공군 방공포병 사령부의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바닷가를 찾아오는 피서객이 많은 7, 8월을 제외하면 매달 꾸준히 군사훈련이 이어지고 길게는 한 달 내내, 훈련이 계속된다고 합니다. 연중 보통 150일의 훈련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사흘에 한 번꼴로 사격훈련이 주민들이 어장으로 여기는 마을 앞바다에서 이뤄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수도권에 적군의 소형 무인기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방어 훈련이 주로 이뤄집니다. 보령 갓배마을 앞바다의 작은 섬 위로 작은 소형 모형 무인기가 날아오르면, 20mm 발칸포탄이 실사격 되어 무인기를 격추합니다. 적을 없애버리기 위한 ‘격멸훈련’이 시작되면 발칸포 1문당 500여 발, 6문의 발칸에서 20mm 포탄, 약 3,000여 발이 바다와 갯벌을 향해 떨어집니다.
혹은 육군의 훈련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단거리 방공을 담당하며 유도탄을 발사하는 천마, 분당 6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사격시스템을 갖춘 K-30 비호와 같은 무기들이 대천 사격장에서 실사격됩니다. 최근에는 지상에서 공중으로 수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려 시설을 방어하는 무기체계인 천궁2의 최초 실사격 훈련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8년에 8만 6,894발 규모의 훈련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2020년에 7만 9,994발, 2021년에 7만 9,227발이었습니다.1) 매번, 군사훈련에서 쏘아진 탄피는 바로 보령 갓배마을 갯벌과 앞바다로 떨어집니다. 단 한 발도 남김없이 말입니다. 종종 이중에는 불발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을 주민 중에 잠수부 생활을 하거나 배를 가진 이들은 군부대에서 탄피수거 작업을 하청받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탄피가 갯벌에서 바다에서 수거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소금물에 부식되고 녹슬며 오염이 자연화됩니다. 그리고 밀물과 썰물을 따라 오염물질은 갯벌과 바다를 오가게 되죠.

갓배마을에서 수거된 탄피 ©신흑동 공군사격피해대책위원회
지난 2012년 환경부가 해당 지역에서 진행한 환경조사를 살펴보면, 해양 퇴적물에서 화약 물질인 RDX가 검출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채취한 굴에서도 RDX가 검출되었습니다. 기준치를 넘어선 카드뮴이 연안의 굴과 어류에서 검출되고 지하수 오염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2)
‘사이클로나이트(cyclonite)’ 라고도 불리는 RDX(Research Department Explosive)는 1989년 독일의 한 연구자가 의약용으로 발견하여 특허 취득 이후 폭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무기화되었습니다. 이는 폭발력이 매우 크고 점화 속도도 빨라 특히 군용 고폭화약의 주성분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모든 실탄에는 RDX가 원료로 사용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합니다.3)
환경부 조사 결과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해수 유통을 고려했을 때, 화약 물질과 중금속이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어 해양퇴적물과 생물에 축적된 물질 조가가 필요하다고 언급된 점입니다. 화약 물질이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군사훈련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경로를 마냥 부정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지역주민들이 공군사격장으로 인한 피해를 제기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쯤입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열리는 군사훈련으로 인한 소음피해는 기본이었고, 마을에 암 환자도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건강 피해의 원인을 사격장으로 지목합니다. 어민들은 바닷속에서 피부병이 걸린 듯한 생선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미군기지로 사용되었던 시절에는 몇 차례 기름 유출 사고를 겪었는데, 마을에 흘러나온 기름이 군부대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없었던 주민들은 서해에 기름이 매장되어 있다고 오해하여 기뻐했다고 합니다.
평생을 일본 공해의 역사와 미나마타병과 같은 문제를 연구한 미야모토 겐이치는 환경오염이 국소지역에서 계속 발생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생활반경이 좁은 노인,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4) 한 마을에 살아도 경제활동을 위해 마을 밖으로 일을 하러 나가는 청장년층이나 남성의 경우 그 피해는 다른 이들과 달라집니다. 자연에 더 가까이에 있는 삶, 이것이 때로 더 큰 취약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기 보령의 갓배마을에서는 화약물질이, 포격훈련의 소음이 곧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어부로, 농부로 살았으니 바다에 쌓인 오염물질은 이들의 몸에도 쌓입니다. 지난 2018년 보령시가 진행한 ‘보령공군사격장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에서도 갓배마을 주민의 암 사망률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대비 1.5배 정도 높았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은 확인되었으나, 해당 조사에서는 암 발병과 같은 건강피해와 공군 사격장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사격훈련이 일상적인 소음과 환경피해를 만들어냈을 정황은 그동안 누적되어 왔으나, 암 발병을 설명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곳 갓배마을 앞바다 사격장에서는 새로 개발된 무기인 천궁2의 최초 사격훈련이 이뤄졌습니다. 육지에서 공중으로 미사일이 발사되는 지대공 무기체계인 천궁2는 탄도미사일이나 비행물을 탐지합니다. 기동성과 요격의 정밀성을 높여 세계 수준의 명중률을 자랑한다고, 이를 개발한 핵심 주체인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무기의 개발에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LIG 넥스원이 참여했습니다. 갓배마을에 종종 등장하는 육군의 방어 무기체계인 ‘K-30 비호’는 한화디펜스의 가장 대표적인 무기 상품입니다.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같은 기업들이 생산한 무기들은 대천 앞바다에 그 능력을 확인하고, 훈련합니다.
무기를 파는 기업들도 기후위기 시대에는 탄소중립 전쟁을 준비합니다. 한화그룹의 기계·항공·방산 사업군의 4개 계열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테크윈,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는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계획을 제시합니다. LIG넥스원은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화 디펜스는 항공기의 전기저장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로 가동되는 전투기나 탱크, 잠수함을 곧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탄소중립의 무기가 사용되는 탄소중립의 전쟁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이 아름다운 청사진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령 갓배마을 주민들이 탄피를 수거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빠져있죠. 이곳 사격훈련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도 우리는 모릅니다. 주민들이 건강피해를 겪으며 이를 병원에 오가며 발생시키는 탄소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대공 미사일이 파괴한 도시의 재건에 필요한 탄소 배출은 산정하지 않습니다. 무기가 오염시키는 갓배마을의 환경정화, 전쟁터의 복원에 필요한 것들도 따지지 않습니다. 제품이 생산, 소비, 폐기되는 모든 과정의 탄소배출을 확인하고 이 것들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무기 생산은 과연 경제적인 것일까요? 무기의 값에는 파괴로 인한 복원의 과정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20mm 발칸포 사격 훈련 ©국방부 블로그
우리는 여전히 군사 활동과 전쟁이 만들어내는 기후 위기의 영향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1997년 각국의 온실가스의 감축을 의무로 규정한 교토의정서에서 군사 활동은 예외로 두었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도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역시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되어있을 뿐입니다.
2019년 영국의 한 대학교에서 논문 하나가 발표되었습니다.5) 이 연구에 의하면 2017년 미국의 군대 이를 한 국가로 친다면, 이들은 세계에서 47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되고 페루나 포르투갈과 같은 국가와 맞먹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도 추정치입니다. 진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사와 전쟁의 끝에는 피해자들이 바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오늘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곳 광주에서는 1980년 군부정권의 시민 학살이 일어난 뒤로 지금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격은 누가 지시했는가. 왜 민간인이 죽게 되었는가. 적은 누구였는가. 무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참사로 이득을 본 이들은 누구인가. 누가 먼저 도발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전쟁의 진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조개와 퇴적물에서 화약물질이 확인되고 암 발병 비율은 높으나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보령 갓배마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사와 전쟁의 정황만 남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사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되지 않는 것처럼 군사활동을 둘러싼 많은 정보들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숨겨집니다. 정황만 남고 진상은 사라졌습니다. 진실 또한 규명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피해는 계속됩니다. 2006년 아널드 섹터(Arnold Schecter)와 그의 동료들은,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수년이 지나 태어난 아이들의 신체에서 다이옥신이 인체에 유입되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대사물질을 확인했습니다.6) 고엽제가 뿌려진 곳의 식단에서도 다이옥신을 확인했고 이것이 소수의 베트남 사람들의 다이옥신 중독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생태계 고리에 축적된 다이옥신처럼, 바로 보령 해안가에 RDX가 있습니다. 이미 자연이 되었으나, 자연적으로 생겨나지 않는 물질입니다. 오직 인간의 활동에 의해 유입되는 이 물질은 사격훈련이 끝나도, 전쟁이 끝나도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돌고 돌아, 계속된 피해로 이어집니다.
최근 한화디펜스와 한화솔루션이 개발한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2가 UAE에 4조 원 규모 수출계약이 성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7) 우리돈으로 약 4조 1,000억 원 정도인 이번 방산수출은 국산 무기계약으로는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전쟁없는세상 활동가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무기는 특히 분쟁국가들로 수출됩니다. 그리고 이 규모는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갓배마을 주민들이 사격훈련으로 입은 피해보다 훨씬 큰 피해와 참사가 이 무기들이 수출되는 곳곳에서 벌어질 것입니다.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 미사일은 어디에서 와서, 누구에게 떨어졌는가. 전쟁이 끝나도 사람들이 계속 아픈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와 마을, 생태계는 복원될 수 있는가. 이 모든 것의 환경영향은 얼마만큼인가.
갓배마을 앞에 사격된 천궁2와 K-30 비호와 같은 무기체계들은 어디로 수출되고 있습니까? 그 참상의 피해자들이 밝혀내야 하는 진실의 목록에는 무엇이 더 추가되어야 합니까. 천궁2에서 수직으로 쏘아올려진 미사일이 닿는 곳의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찾을 것입니다. 그저 오늘, 갓배마을의 이야기로 무기와 전쟁의 참상에 하나의 정황이 더 추가된 것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황이 더 쌓이면 진실에 더 가까워질까요. 이 증언과 오늘의 재판이 무기와 전쟁의 진실을 재정립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1) 이근평. 2023.01.16 [단독] 유,무인기 격추훈련, 문정부 9.19 군사합의 후 반토막. 중앙일보
2) MBC. 보령 공군사격장 주변 오염물질 일부 검출. (2012. 03. 09)
https://imnews.imbc.com/news/2012/society/article/3032867_31034.html
3) 김현수. (2006). 고폭화약 연구의 기술 분야. Korean Chemical Engineering Research, 44(5), 435-443.
4) 미야모토 겐이치. (2006). 환경경제학. 한울
5) Oliver Belcher, Patrick Bigger, Ben Neimark, Cara Kennelly (2019), Hidden carbon costs of the “everywhere war”: Logistics, geopolitical ecology, and the carbon boot-print of the US military.
6) Arnold Schecter, John D Constable, Commentary: Agent Orange and birth defects in Vietnam,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Volume 35, Issue 5, October 2006, Pages 1230–1232.
7) 이승윤, 2021.11.17 천궁II’ UAE에 4조 규모 수출…탄도탄 요격 능력 해외서도 인정 /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