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옥(대체역심사위 전 비상임위원)
2020년 10월 26일, 양심과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 60여 명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복무요원으로 소집됐습니다. 그 이후로 4년이 지난 현재까지 1500명이 넘는 인원이 3년 동안 교정시설에서 합숙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과거와 달리 대체복무제도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많은 이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체복무제도를 직접 경험한 이들이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경험을 전하는 기획 〈대체복무 표류기〉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에서 준비했습니다. 심사와 복무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는 글을 연재합니다. 두 번째 글은 대체역심사위원회 전 비상임위원 여옥님의 글입니다. 3년 동안 병역거부 심사를 한 경험과 소회,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대체역 심사에 참여했던 날을 떠올려본다. 여러 명의 심사위원 앞에 홀로 앉은 신청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혹시라도 내가 던지는 질문이 불편하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고민하며 나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이 왜 병역거부를 선택했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를 보면서 심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국가는 병역거부자가 왜 그러한 신념을 가지게 됐는지 살펴보지 않은 채 처벌에만 급급했다. 이제는 심사를 통해 국가가 이들의 신념을 경청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양심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2020년 1월 1일, 대체복무제도를 명시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이 시행됐다. 병무청은 대체역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 설립준비단을 구성하고, 심사위원 구성과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29일에 출범한 심사위는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신청인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고 대체역 제도 개선에 관해 연구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다.
심사과정은 다음과 같다. 신청인이 대체역 편입 의사를 밝히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조사관이 배정되어 사실 조사가 이루어진다. 이어서 신청인의 진술을 듣는 사전심사 단계와 모든 심사위원이 표결에 나서는 전원회의 단계를 거쳐 인용, 기각, 각하가 결정된다. 대체역 편입 신청이 인용됐다는 것은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심사위가 신청접수를 시작한 2020년 6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약 3,500여 명이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한때 29명이었던 심사위원은 2023년 5월 대체역법 개정으로 13명으로 재조정됐다.
사실 나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심사위 설립에 반대했던 이들 중 하나였다. 대체역법 입법이 예고되자 국방부에 반대 의견서를 보낸 적도 있다. 특히 심사위가 군인을 징집하는 기관인 병무청 산하에 설치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무리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국방부와 병무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결국 심사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정한 시한을 앞두고 대체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심사위원 제안을 받게 됐다. 오랜 기간 병역거부 운동에 참여했던 만큼 심사위원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같은 이유 때문에 내가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자리에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료 활동가로 만난 병역거부자의 대체역 신청을 내가 심사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러나 대체역법에 따라 심사가 제도화된 현실에서 병역거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병역거부 운동은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 이후 그간 마주했던 것과는 다른,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을 살피고 문제를 개선하는 새로운 작업이 필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나는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1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대전 서구 파이낸스타워 13층에 위치한 대체역 심사위원회 로비의 모습. 벽에는 ‘대체역 심사위원회’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열린 문 위에는 ‘전원회의실’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 왼쪽에는 실내에서 자라는 나무 두 그루와 대체역 관련 서류가 있고, 오른쪽에는 손 소독제가 놓여 있다. 조사와 심사를 받으러 온 신청인과 심사를 하러 온 심사위원은 모두 이곳을 거친다.
심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이 낯설었고 모든 것이 어수선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절차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논의하고 합의하고 결정하는 일이 계속됐다. 사전심사위원장을 연장자순이 아니라 합의하여 결정하기로 한 것부터 신청인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결정서의 첫 문장과 주문을 ‘의결합니다’ ‘인용합니다’와 같은 경어체로 쓰는 것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논의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토론을 통해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심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양심을 형성한 근거가 무엇인지, 그러한 양심을 실천으로 나타낸 것이 있는지, 대체복무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처음 제안되었던 심사기준(안)은 양심의 심사를 체크리스트처럼 충족여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를 반영해서 심사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수준의 고려요소로 바꾸었다. 물론 실제 심사과정에서 각각의 심사위원이 세 가지 요소를 해석한 방식이 저마다 달랐다는 점은 심사위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뒤따랐다. 심사위원들이 분과를 나누어 제도의 의의와 한계를 검토하고 제안사항을 꾸준히 논의한 끝에 제도개선안을 의결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체역 복무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9개월을 단축해 27개월로 할 것(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경우는 15개월을 단축해 21개월), 복무영역을 교정시설 밖으로 확대할 것, 필요한 경우 출퇴근 복무를 허용할 것 등이 담겼다. 다만 2023년 4월 심사위가 병무청에 개선안을 전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무청에서는 당시 대체복무요원을 비롯해 수십 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나는 연간보고서 작성, 1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기획 등에 참여하면서 주어진 조건 내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사전심사와 전원회의가 격주로 열렸기 때문에 심사위가 있는 대전과 서울을 매주 오가는 일정이 반복됐다. 나와 같이 본업이 있는 비상임위원들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일정이었다. 심사를 위해 살펴야 하는 자료의 양이 상당히 많아서 매일 한두 시간씩 틈틈이 자료를 읽었고, 금요일 이른 새벽 대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질문할 내용을 정리했다. 서울로 돌아온 다음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정 넘어 퇴근하는 날이 되풀이됐고 주말 출근도 잦아졌다. 그래도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회의에서 의사를 개진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길 기회도 많아지기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권 분야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 심사위에 합류했던 덕분에 동료 심사위원과 의견을 나누고 답답함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힘든 순간에도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 혼자 애쓰고 싸웠던 시간이 아니었기에 3년의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 2021년 12월 1일 생중계된 대체역 심사위원회 설립 1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기조연설을 맡은 글쓴이가 ‘대체역의 결실을 보다 많은 시민과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글자를 화면에 띄워놓은 상태로 발표하고 있다. https://youtu.be/z-tzbW-WI0A?si=uAuPLvOxdQKsn9LZ ⓒ 여옥
심사의 딜레마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것은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이 ‘진정한 양심’인지 살펴본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인의 내면을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며 진정성을 판단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아무리 사전에 합의된 고려요소에 기초하여 심사하더라도 같은 신청인에 대해서조차 심사위원마다 판단의 결과가 엇갈리기도 한다. 심사위 활동은 심사위원이 내린 서로 다른 결론을 조율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국방부, 병무청, 국회 국방위원회,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국가인권위원회 이상 여섯 개 기관에서는 대체역법에서 정한 인원대로 심사위원을 추천한다. 각 심사위원마다 경험과 가치관이 다른 데다가 추천 기관 역시 대체복무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심사위원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내내 양심을 심사하는 일의 무게에 짓눌렸다. 도저히 양심을 심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심사위원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양심은 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과 내 고민이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해보게 됐다.
양심은 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양심을 핑계 삼아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병역기피자가 급증하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은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말고 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쉽게 이어진다. 여기에 맞서 병역거부 운동은 모든 사람이 군대를 거부하면 전쟁도 없어질 것이기에 좋은 일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만일 병역거부자가 갑작스럽게 늘어난다고 해도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고 인원을 시기별로 적절히 제한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시행 중인 대체복무제도의 모습이기도 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돼서 대체복무를 원하는 이들의 양심이 심사의 대상이 됐을 때, 더욱이 평화활동가가 심사위원으로 양심의 심사에 참여할 때, 어떤 기준과 원칙, 절차와 과정을 통해 심사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은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다.
신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어려서부터 병역거부를 예상하고 살아온 이들이었다. 같은 종교 공동체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는 이들의 서류에는 차이점이 별로 없었다. 의문이 드는 지점을 찾아낸다고 해도 문제였다. 과거에 벌어진 일은 어디까지나 지나간 것이며, 그 일이 현재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지 살펴볼 수는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그가 현재 주장하는 신념을 의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심사위원이 같은 견해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신청인이 했던 실수나 잘못을 꼬투리 삼아 대체복무를 할 자격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신청인의 양심을 폄하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대체복무는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이 아닌데도 신청인에게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삶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한 몇몇 심사위원은 병역과 신념의 조화를 추구하는 대체역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청인의 사생활을 캐묻는 이들, 과거에 있던 일에 대한 반성을 강요하는 이들,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닌 신청인을 무시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적절한 발언의 자제를 요청하면 심사위원으로서 신청인에게 질문할 권한을 침해한다며 불쾌해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반면, 심사에 필요하다면 아무리 이상한 질문이나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신청인도 적지 않았다. 신청인이 이미 학생생활기록부, 주변인 진술서, 범죄경력 조회회보서 등 많은 서류를 제출했고, 양심의 실천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빙자료를 추가로 보완했음에도 몇몇 심사위원이 꿋꿋이 질문 공세를 펼칠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심사위원의 집요한 질문이 자신의 양심을 증명할 기회라고 여기는 신청인도 많았다. 여기에는 갈등을 원치 않는 종교적 특성이 반영됐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심사에 영향을 미칠까 봐 염려해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을 수 있다.
풀리지 않는 질문
심사를 빌미로 부적합한 질문을 던지는 문제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꾸준히 논의됐다. 좋은 질문과 부적절한 질문을 구체적인 사례로 모아서 참조하기도 하고, 고려요소와 얼마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질문마다 점수를 매기고 서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용 심사 가이드북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고, 다양한 병역거부 신념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평화주의나 페미니즘과 같은 주제에 대한 초청 강연도 개최했다.
그러나 여전히 본질적인 차원의 물음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심사위원이 더 나은 질문을 던진다면, 신청인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양심의 심사가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일까?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이 심사에서 사라지고 다양한 배경의 신청인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이 없어지는 일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심을 심사하는 일이 갑자기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심사의 목적이 이른바 병역기피자를 가려내는 데 있는 한, 신청인은 의심과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대체역 편입 신청이 기각된 이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체복무를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은 군대에 가야 하거나 행정소송과 형사재판을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수감생활을 할 수도 있다. 만일 이들이 징역형을 각오하고 병역거부를 이어나간다면, 그때가 돼서야 이들의 양심이 진실하다고 뒤늦게 인정할 수 있을까? 수감생활을 통해 양심의 진정성을 드러낸 이들에게 심사위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대체역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해서 3년 동안 교정시설에서 합숙복무를 하겠다는 의지만 확인하면 대체복무의 기회를 보장해야 할까? 만일 신청 자체로 양심이 인정된다면 심사가 과연 필요할까? 양심의 내용은 심사할 수 없지만 양심의 진정성은 심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얼마나 유효할까? 현재 제도에서 심사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심사위원으로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했을까?
심사위의 존재 이유
지난 3년 동안 나는 심사위원으로 많은 신청인을 만났다. 심사과정에서 내가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었던 역할이 있다면 신청인이 심사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차별을 겪지 않도록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청인 가운데 소수에 해당하는 이들, 그러니까 양심의 근거가 종교적 교리에 따른 것이 아닌 이들, 소속된 집단이나 단체가 없는 이들, 양심을 실천한 구체적인 사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에게 더 주목하게 됐다. 혹시라도 심사위원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서 이들이 기각되는 일만큼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심사의 목적이 진정한 양심의 선별에 있다면 심사의 방식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심사는 불가피하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병무청 산하조직이라는 심사위의 구조적 한계, 국방부와 병무청 추천 심사위원의 비율이 늘어난 제도적 변화, 외부의 평가와 견제를 회피할 수 있는 비공개 심사의 조건 속에서 그동안 동료 심사위원과 같이해온 활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이 없다. 심사위가 제출한 제도개선안은 병무청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대체복무제도에 관한 일반 사회의 관심은 줄어드는 한편, 시민사회의 움직임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는 4년 동안 몇몇 이들이 염려하던 악용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체역을 신청하는 이들의 숫자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병무청 “대체복무자, 2020년 1,962명에서 지난해 368명으로 감소”, YTN, 2024. 9. 15.) 여기에 심사위의 책임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심사위원으로서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심사위는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존재 의미가 있는 기구다. 만일 그러한 존재 의미를 잊어버린 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심사위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