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열쭝, 인터뷰이: 우공

 

전쟁없는세상은 운영위원회를 두고 단체의 운영과 사업, 활동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의논하고 결정합니다.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은 모두 8명으로 제각각 멋진 매력을 뽐내는 평화활동가들입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빛나는 전쟁없는세상의 평화활동가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역시나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을 역임했던 열쭝이 인터뷰어로 나서 8명의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두 차례에 나눠서 발행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는 오리, 우공, 쭈야, 쥬의 인터뷰입니다.

[평화를 만나다] 전쟁게임 만드는 평화주의자 ‘평화운동의 챗쥬피티’
[평화를 만나다] 오리의 미래는 ‘노년연금 받는 전문데모꾼’. 안 되면 말고
[평화를 만나다] 예술과 활동의 교차점에 서 있는 ‘딴따라 활동가’ 쭈야

누구나 멋지고 뽐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한 단체가 굴러가기 위해 누군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을 신경써야 합니다. 바로 돈, 재정 같은 것들이요. 우공은 전쟁없는세상에서도, 더 넓게 인권운동에서도 어떻게 하면 평화운동‧인권운동의 활동과 모금을 잘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회운동에서 드물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우공이 돈 걱정 안 하고 좋아하는 책과 드라마에 심취할 수 있는 그날까지 모두 함께 투쟁!

 

우공은 최근인 2022년에 전없세 운영위원회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제가 2018년에 전없세 병역거부팀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에 (현재 다니는) 인권재단 사람에도 들어갔어요. 인권운동‧평화운동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거든요. 특히 여러 단체를 지원하는 재단에서 일들을 배우고 나면 전없세 운영과 재정을 위해서 더 활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팀 활동을 하다가 전없세 운영위 워크숍을 참관하러 따라간 자리에서 운영위원 제안을 받았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처음부터 운영위원을 하고 싶었어요. 팀 활동만으로는 전없세의 방향을 전체적으로 전망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에서요.

 

처음부터 운영위원을 향한 큰 그림이 있었네요. (웃음). 왜 하필 전없세와 함께 하고 싶었을까요?

병역거부를 했을 때 전없세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았고 언젠가는 보답하고 싶었어요. 또 전없세를 지켜보면서 ‘저런 활동들이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공은 2009년에 병역거부를 하셨는데요. 당시 경험을 좀 들려주세요.

제가 다닌 대학교에서 병역거부자 초청 강연이나 캠페인이 있었어요. 그때 병역거부를 처음 접했는데 ‘아, 군대를 안 가는 선택도 할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전까지는 그냥 가야 하는 건 줄 알았죠. 그때부터 병역거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계기가 된 게 2008년 촛불집회였어요. 저 진짜 열심히 나갔거든요. 그런데 점점 촛불시민들도 나뉘고 운동의 활력도 떨어지는 거예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 하겠지.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어지면서 병역거부를 하게 된 거죠.

 

평화수감자의 날

우공은 자신의 병역거부를 계기로 전쟁없는세상을 만났다. 정말로 입대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전없세를 찾아와 당시 사무국 활동가들을 당황케 했지만 출소이후에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병역거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1년 평화수감자의 날에 평화수감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우공 사진.

 

실제 병역거부를 실천하는 데까지는 여러 현실적인 고민이 생기지 않았나요?

입대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내지른 거라서 고민할 기간도 짧았어요. 그때 전없세를 처음 만나서 상담하면서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병역거부자 친구가 있던 것도 도움이 됐고요.

 

우공은 언제부터 그렇게 반체제적이었어요? (웃음)

중고등학교 때는 순응적이었던 거 같은데, (웃음) 대학 입시 준비할 무렵에 정권이 바뀌면서 언론에 제가 다닌 (진보적 성향의) 대학교가 많이 나왔어요. 교수들이 쓴 글을 읽었는데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연히 선택한 대학교인데, 들어가자마자 운동권이 됐어요.

그리고 제가 병역거부를 선택한 맥락 중 하나는 대학교에서 페미니즘 모임을 한 거예요. 군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거기서 커졌어요. 군사주의나 가부장제가 엮여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만일 페미니즘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냥 군대를 갔더라면, 제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그런 남성이 안 됐을 거라는 자신이 없어요. 한국 사회는 군대 같은 곳이니까요. 거기에 (병역거부가) 브레이크를 걸어주니까 삶의 경로가 바뀐 거죠.

 

흔히 ‘군대 가면 사람 된다’고 하는데, 그게 결국 ‘기존 사회질서에 순응하는 사람’인 거잖아요. 군대에 가지 않은 우공은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관점을 갖고 살아가는 걸까요?

엄청 다르다고 답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웃음), 솔직하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게 안 다르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하고 있어요. 저 혼자 군사주의와 무관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만일 제가 페미니즘 활동이나 병역거부마저 하지 않았다면, 정말정말 똑같았겠죠.

 

우크라이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반전 집회에서 발언하는 우공. 우공의 말과 글은 그처럼 단단해서 힘과 울림이 있다.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비해 글과 말은 사뭇 진지하다.

 

우공이 활약하고 있는 전없세 모금홍보위원회 얘기를 해볼까요? 일단 위원회 소개를 해주세요.

모금홍보위원회는 전없세 활동들을 더 대중적으로 알려내기 위한 소위원회예요. 캠페인이나 사업에 맞는 모금 메시지와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전없세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도 기획하고요.

 

우공은 인권재단 사람에서도 모금 일을 하고 있죠. 모금가의 입장에서 전없세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모금을 위해 대중과 소통하는 ‘모금 언어’가 있고, 사업에 좀 더 중점을 둔 ‘액션캠페인 언어’가 있다고 볼 때, 전없세는 그 간극이 크지 않아요. 전없세가 무슨 캠페인을 왜 하는지 이미 잘 정리가 되어있어요. 그래서 캠페인을 잘하면 모금도 잘될 거라고 봐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전없세에 참여할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용어가 좀 어렵고, 사람들이 전없세에 참여할 방법도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또 위원회에서 아이디어가 많아도 결국은 방향과 기획을 제공하는 것이고, 결국 실행은 사무국 활동가들이 하거든요. 사무국에선 눈앞에 있는 이슈 대응이 우선이니까 틈이 안 나죠.

 

그래도 모금홍보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전없세의 모금 역량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졌죠?

위원회를 시작하고 보니 전없세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리가 잘 안되어 있더라고요. 뉴스레터를 받겠다고 한 지지자가 발신자 리스트에서 누락된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모금홍보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다른 운영위원들도 이런 부분을 알아서 잘 챙기고 있어요. ‘우리 활동 소식을 받아보겠다는 사람을 회원관리 프로그램이나 이메일 서비스에 잘 등록해야 하는구나. 그러려면 (이메일 주소 등의) 정보를 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사업 홍보도 더 일찍 해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우공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전없세 모금은 뭔가요?

(DX코리아에서 직접행동을 하다 기소된 활동가들을 위한) 벌금 모금이요. 모금 결과도 좋았지만 모금의 전체 톤이 활동과 잘 맞았어요. 당시 “활동가들이 벌금을 맞았는데 돈이 없으니까 좀 도와주세요”, 이런 모금은 안 하기로 결정했어요. “우리는 부당하게 벌금 받았고 이걸 되게 멋지게 해결할 거다. 그 과정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 우리와 함께 가자”, 이 기조에서 출발한 거예요. 그래서 활동가들의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는 모금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인권재단 사람의 모금과 전없세의 모금을 병행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재단은 다른 인권단체나 인권활동가를 지원하고, 전없세는 직접 액션 캠페인을 하잖아요. 그래서 모금의 방향과 방식도 명확하게 다른데 저는 둘 다 재미있어요. 그리고 인권재단 사람은 단체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계속 고민하는 조직이거든요. 전없세 활동을 하면서 ‘작은 단체들이 할 수 있는 모금’의 가이드나 모델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제게는 두 모금이 통합된 하나의 활동이기도 해요.

 

전시

전쟁없는세상 20주년 기념 역사 전시 오프인 행사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우공. 병역거부자로서 지난 20년의 병역거부운동 역사의 한켠을 책임졌던 우공은 평화인권활동가로서, 모금전문가로서 전쟁없는세상의 다음 20년을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책도 많이 읽고 드라마도 많이 본다고 들었어요. 드라마 덕후라던데요.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아요. 아마도 제가 책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 봐요.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읽을 때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관련 도서 목록을 다 검색하고 별도로 정리해 보거든요. 어떤 게 고전이고 어떤 사람의 책이 최근에 많이 번역되는지 알아보고 책을 읽는 거죠. 사회과학 출판사에서 일하며 조금 단련되어 때문에 어려운 책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반면에 드라마는 책처럼 안 봅니다. 재미있는 거는 아무거나 다 봐요. 막장도 보고요. 여러 나라 드라마를 보지만 주로 보는 거는 한드예요. 이유는 설거지하면서도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웃음)

 

요즘에 재미있게 본 책이랑 드라마 추천 좀 해주세요.

책은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이요. 작가가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부분을 끄집어내서 풀어주는 내용의 에세이입니다. 이분의 책은 다 좋아요. 첫 번째 책인 〈사나운 애착〉도 추천입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내용이에요. 드라마는 〈졸업〉이라고, 학원 강사 이야기예요. 로맨스물이지만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무엇이고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란 무엇인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작품입니다.

 

앞으로의 바람은 뭔가요?

소소한 것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제가 요즘 러닝을 열심히 하거든요. 계속 러닝을 해서 하프마라톤 나가고 싶고 풀마라톤 나가고 싶어요. 바라는 건 그런 것들이에요. 지금 갖고 있는 취미나 활동들이 유지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많은 단체 중에서도 왜 전없세에 후원을 해야 하는지 이 글을 읽고 있는 회원들에게 말씀해 주신다면?

여러 평화단체들이 있죠.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요. 그중에서 전없세는 ‘비폭력 직접 평화행동’을 제 1의 목표이자 일관된 원칙으로 삼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평화단체예요. 이런 단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특히 점점 큰 전쟁이 많이 일어나는 지금 시기에 이런 단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없세 회원이라는 점에 부디 자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후원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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